새로 중3에 병훈(가명)이라는 이름의 학생이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병훈이는 매우 내성적이고, 겉으로 봐도 약해보이는 학생이었죠. 그런 반면 같은 반에는 기가 센 원빈(가명)이라는 학생과 그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원빈이라는 아이는 엇나갈 기질이 보이는 학생이었죠. 막상 그렇게 반 배정이 되고 나서 한 번 수업을 해보니 왠지 병훈이가 이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 거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울리지 못하는 걸 떠나서 왕따라도 당할 것 같은 분위기였죠. 그래서 난 빠르게 학생 상담을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안되겠죠>
어떻게 상당하는 것이 좋을까?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냥 간단하게 원빈이에게 병훈이를 괴롭히지 말라고 한다거나 그것에 대해 도덕적인 차원에서 훈육한다거나 또는 괴롭히면 나한테 혼 날줄 알라고 하면서 협박(?)을 한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효과적이지 못할 거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난 알고 있었죠. 그래서 난 이런 방법을 썼다. 원빈이에게 기대감을 불어넣는 방법이었습니다.
“병훈이는 너도 보다시피 좀 내성적이잖아. 그래서 범수 한들 정석이 이 녀석들이 병훈이를 무시하거나 따돌릴까봐 걱정이다, 이 녀석들이 장난이 심한 것은 너도 잘 알잖아? 만약 그런 일이 있으면 너하고 내가 나서서 막아주어야 할 거 같다. 일단은 네가 그 반의 중심이고 리더니까 네가 나서면 잘 해결될거야. 신경좀 많이 써"
물론 괴롭히거나 따돌린다면 다른 아이들보다 원빈이가 할 것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난 오히려 원빈이에게 다른 아이들이 괴롭힐지도 모르니 네가 막아달라고 한 것이죠. 이 짧은 말에는 세가지 정도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로, 내가 원빈이를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나와 동격인 어른처럼 생각한다는 것 둘째로. 내가 원빈이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것 셋째로, 나는 원빈이에게 그 반의 리더로서 역할을 해줄 거라는 기대감을 부여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의 경험에 의하면 아이들은 그런 기대감에 폭발적으로 반응합니다.
왜 아이들은 그런 기대감에 폭발적으로 반응할까? 왜냐하면 그 나이 때에 어른으로부터 인정받는 기대감을 가질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역시 너야. 네가 있어 다행이야. 네가 있으니 해결할 수 있겠다.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 이런 식의 말을 얼마나 듣고 살까요? 거의 전무할 것입니다. 매일 숙제하라는 말이나 공부하라는 말이나 청소 하라는 말 씻으라는 말들. 복종하고 따라야 할 말들을 대부분 듣고 살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른이 아이에게 내비치는 기대감은 아이들을 폭발적으로 반응 하도록 하는것 같습니다.
참고로 병훈이와 원빈이의 일은 해결이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경우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저 상담의 결과가 계속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못합니다.>
< 학생들에게 기대감을 불어넣어 주세요 >
<지금은 몸짱인 숀리씨도 학생때는 마른 몸으로 따돌림을 당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과하게 극복하셨군요>
자고로 꿈이 많은 나라에서 사는 사람은 꿈이 많고, 풍요로움이 넘치는 곳에서는 인정이 많듯이 잔소리와 구박만 존재하는 곳에서 자라는 아이는 딱 그만큼으로 자라기 마련입니다. 기대감을 한 가득 담은 땅에서 살 수 있도록 어른들이 좀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후일담입니다
이 글을 쓴지 5개월정도 지난거 같습니다. 알고보니 병훈이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심하게 당했었더군요.
원빈이와 원빈이 친구들과는 다른 학교입니다. 최근에 병훈이는 학교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학원에서는 같은반 아이들과 농담도 곧잘하고 잘 어울리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원빈이는 사고를 쳐서 학원을 그만두었습니다.
역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사진출처 - 구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