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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낙서 줄이기





학원 자율학습실의 관리가 항상 골치입니다. 감독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 어찌나들 낙서가 심한지 얼마 못가서 까맣게 낙서가 쓰여져 있습니다.


 

 


큰 학원에서야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책상에 낙서때문에 골치가 아픈것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학원이나 학교가 항상 골치거리중 하나입니다.



저것을 다 지우려면 지우개 한개를 다 써야 되고 다 지울때쯤이면 정말 팔이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리죠. 내가 지운 낙서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선생님은 지우려면 10분 걸리죠? 전 쓰는데 1분밖에 안걸려요 ㅋㅋ"
이 낙서를 보고 지우면서 화도 나면서 웃었던 기억이 있네요.
하지만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우개보다 한 20배 정도 효율이 좋은게 있습니다.










 


바로 매직폼!
원래 이것 저것  찌든때 특히 닦으려고 만든것으로 가정주방용품으로 자주 쓰이지만 물만 묻혀서 몇번만 문질러주면 아주 깨끗히 닦입니다. 지우개로 10분 걸릴일이 20초면 끝나죠. 말그대로 매직!
요즘은 많이들 알아서 학교에서도 자주 쓴다고 합니다.
가격도 싸요. 내가 2000원어치 사서 1년은 쓴 거 같으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모든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낙서는 줄지않고, 언젠가는 모든 책상에 한 여학생의 이름이 크게 쓰여져 있고 그 옆에 외설적인 내용을 적은것을 봤을때는 내 자신도 화가 많이 났죠. 너무 크고 진하게 그리고 모든 책상에 적어놓으니 화가 안날리 없을 것입니다. 
범인을 잡지 않으면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질것 같아서 난 학원생들의 과제물을 모두 가져다가 필적조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시간 정도 걸린것 같네요. 왠만하면 찾기 힘들겠지만 이 멍청한 범인은 워낙에 ㅎ 이란 글씨를 워낙에 특이하게 써서 잡을수 있었습니다. 
ㅎ자를 이렇게 특이하게 쓰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고 증거를 들이미니 결국 실토하더군요. 

 


 어떻게 하면 낙서를 안하게 만들까? 말로 회유해볼까? 협박해볼까? 자율학습실에 감독하는 아르바이트생을 쓸까? CCTV라도 설치할까? 여러가지 고민을 했었는데 딱 이거다 하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시험기간이라 아이들이 자율학습실에서 많이들 공부하고 있을때 난 매직을 많이 사서 여러개로 자른후 물을 묻혀서 빈 책상의 낙서를 지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멈추고 아이들에게 말했죠.
"애들아 선생님이 너무 힘든데 좀 도와줘라. 좀만 도와주면 금방 끝날것 같은데"
아이들도 공부만 하는게 지겨웠는지 아니면 색다른것을 하게 되어서 재미있을것 같았는지 흔쾌히 적극적으로 매직폼을 하나씩 가져다가 자기 책상의 낙서를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도와준 덕분에 5분도 안걸려서 모든 책상이 끝났죠.

 


그리고 재미있는 일은 다음에 일어났어요. 그날 이후로 낙서가  사라진 것입니다.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 정도로 말이죠.
그렇게 낙서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댔을때는 반응이 없더니 같이 지우고 나니 그 다음부터 낙서가 사라졌습니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경험해봐야지 느낄수 있고, 느껴야지 변화된다는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두 알다시피 아이들에게 벌을 줄때에도 이렇듯 자신의 잘못을 자신이 주어 담을수 있게 벌을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가령 자기가 버린 쓰레기는 자신이 주울수 있도록 하는거 말이죠.
여기에는 꼭 선생님도 같이 참여해주면 좋습니다. 앞선 예에서 그냥 학생들에게 매직폼을 나누어주고 닦으라고 명령만 내린다면 별 효과가 없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새로 신입생이 들어오면서 낙서가 다시 조금씩 시작되기에 난 정기적으로 한번씩 학원 아이들과 같이 잠깐 시간을 내어 같이 책상을 닦습니다. (요즘에 좀 게을러져서 안한지 꽤 되긴 했네요.)
살과 살이 부딪치는 교육을 하는거 같아 내 자신도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