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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수업중 일화




 10년전 이었던 것 같네요. 아직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도 서투르고 가르치는 것도 서투르던 시절이었습니다. 
내가 가르치는 반 중에 공부를 좀 못하는 중3반이 있었지요. 공부를 못하고 수업태도도 좋지 못했습니다. 마구 떠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집중을 잘 못했고 이해력도 좀 부족해서 가르치는 것이 힘들었던 반입니다. 초보 선생인 나의 통제에도 잘 따르지 않았구요. 
그렇게 가르친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때였습니다. 나한테 예비군 훈련통지서가 왔고 원장님에게 말씀드리니 그 시간에 아이들이 풀 수 있는 시험지를 만들어 놓으면 된다고 하셔서 각 학년과 반별로 시험지를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초창기라 맡은 반이 별로 몇 개 되지 않았죠. 하루에 수업도 두세시간 밖에 없었습니다. 수업과 수업 중에 비는 시간이 많아서 그 시간에 문제를 만들었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시험지 문제를 계속 바꾸어 가면서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그러니까 실은 그냥 시간이 많이 남아서였습니다. 시험지를 가만히 보면서 무엇을 할까 하다가 중3에게 줄 시험지에 각 학생들의 이름을 적었고, 시험지 맨 위에 그 학생에 대한 짧은 농담을 적었습니다. 가령 "혜원아 이쁜거 다 아니까 다음부터는 거울 좀만 보고 칠판을 좀 더 보자꾸나." 이런 짧은 글들이었죠.
한번 쓰니까 재미있어서 반 전체 아이들에게 하나씩 썼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왜 이런 것을 했냐하면 시간이 많이 남아서였습니다.

 


그런 후에 예비군 훈련을 2박3일 갖다 온후 학원에 출근했어요. 그리고 중3반에 들어갔습니다. 난 처음에 왜 그런지 몰랐어요. 아이들이 떠들지도 않고 모두 집중하며 조용히 있는 모습에 난 놀랐습니다. 오죽하면 내가 "야 너희들 왜그래? 무슨일 있냐?" 라고 했을까?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시험지에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적고 그리고 그 아이들에 대한 나의 느낌을 적은 것을 보고 조금은 감동했었다고 하더군요.
너희들 한명 한명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그 날 이후로 반 아이들과 난 좀 더 친해졌습니다. 아이들도 잘은 모르지만 수업을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했고 말이죠. 최근에는 그 반 남학생중에 한 녀석이 대학생이 되어서 찾아와서 반가웠네요.







아래 시험지는 rpg게임과 시험을 접목시킨 시험지입니다.




<이 시험지를 보고 있자니 정말 선생님의 노고와 센스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





당시에 난 아이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꽤나 큰일이라는 것에 새삼 놀랐었습니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었죠. 내용은 생각이 잘 나지 않지만 한 남학생 시험지에는 농담식으로 적은 것이 그 학생한테는 그 내용이 별로 기분이 안좋았었나 보더군요. 그래서 그 학생은 여전히 나에게 차갑게 대했던것이 생각납니다.

 


여하튼 가르치는 입장에서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으면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또 이렇게 각 시험지에 학생 한명 한명 이름과 간단한 편지를 쓰는 방법도 좋다는 말이죠.
아이들이 관심을 먹고 살도록 해줍시다. 어디 아이들뿐일까요?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